[신바람 나는 상주 농업] (3)함창명주의 부활
‘입는 양잠' 현대화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명품'

‘함창명주의 본거지인 상주시 함창읍에서 30여 년 동안 누에고치 실로 전통명주옷감을 생산하고 있는 허호(56`허씨비단 대표) 씨는 지난 6월 섬유분야 경상북도 최고 장인으로 선정됐다.

상주 함창명주산업에 혁신을 불러온 경상북도 최고장인 허호, 민숙희 씨 부부가 베틀에서 짜낸 명주를 걸어 자연바람에 건조하고 있다. 고도현기자

 

허 씨는 국내 양잠산업의 몰락 이후 ‘입는 양잠'에서 ‘먹는 양잠'으로 이동하는 흐름이었지만 흔들리지 않고 어머니로부터 배운 명주 길쌈의 가업을 이어왔다.

처음엔 명맥만 유지하던 그의 명주옷감 생산은 상주시가 추진해온 함창명주 명성 알리기와 명주 패션디자인 페스티벌 개최, 명주테마파크 및 명주박물관 건립과 양잠농가 지원책 등에 힘입어 해마다 소득이 증가했다. 이에 용기를 낸 허 씨는 명주옷감에 감물을 입히는 새로운 기술까지 접목해 특허 3건과 실용신안 1건을 등록하고 수출의 물꼬를 트는 등 함창명주산업의 혁신을 볼러왔다.

허 씨의 두각은 다른 명주농가에도 영향을 끼쳐 전국 생산량의 99%를 차지하면서 경북도가 발표한 억대 경북양잠농가 12명 중 절반인 6명이 이곳 상주 함창명주 농가들이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1970년대 중반까지 수출산업으로 각광받다 나일론 등 합성섬유의 등장 이후 전국적으로 ‘입는 양잠'이 사실상 고사되면서 오디, 뽕 등의 ‘먹는 양잠'으로 변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상주에서는 ‘입는 양잠'도 건재를 과시하면서

먹는 양잠'과 함께 최근 추세인 6차 농업산업으로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함창명주는 스타농산물이 많은 상주 농업에 있어 또 하나의 고소득산업으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돈 되는 입는 양잠, 함창명주

한산모시, 안동포와 함께 국내 3대 대표 전통 옷감으로 유명한 함창명주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비단으로 불려진 명주옷은 부귀나 출세의 상징으로 예로부터 귀한 옷감이었다.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아크릴 등 화학섬유가 한때 인기를 끌었으나 사람들은 다시 유행에 민감하지 않는 자연 섬유를 찾게 됐고, 명주옷감의 우아함과 따스함에 매료되고 있는 것이다.

함창명주는 질감이 부드럽고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고전미가 물씬 풍기는데다 최근 개발한 제품들은 현대적 감각까지 갖추게 돼 호평을 받고 있다.

전통기법으로 수의와 한복, 스카프, 명주 천연염색 옷 등을 생산하는 상주 함창지역의 명주잠업영농조합법인 회원 22명은 지난해 명주 15만 필을 판매해 사상최고인 1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경북 억대 명주농가들이 대부분 이 법인에 몰려 있을 만큼 전국 제일 명주고장으로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함창지역은 몇 년 전만 해도 국산 누에고치를 구하지 못해 전통명주 생산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몰렸다. 양잠산업이 건강보조식품 중심으로 변모하면서 누에고치가 귀해졌기 때문. 그러나 2002년부터 경북도와 상주시가 5개년 계획을 세워 뽕밭 조성 등 지원에 나서면서 함창명주는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특히 전통명주에 감물 염색을 한 스카프와 옷감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고유 무늬로 재탄생해 그 희소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수작업으로 만드는 감물 염색 명주옷감은 같은 디자인이라도 색을 내는 과정에서 해와 바람, 물, 시간 등 자연조건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의 무늬가 탄생하기 때문에 이 옷감을 구입하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옷을 소유하게 되는 매력이 있다.

허호 씨는 “똑같은 제품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 될 줄 알았는데 세상에 한 점밖에 없는 옷감이 나오니 그 특수성 때문에 함창명주가 더 잘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상주는 전국 제일 감 주산지여서 낙과한 감을 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재료비도 들어가지 않는 장점이 있다.

◆경북도 잠사곤충장도 이전

상주 명주산업 부활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100년 전통의 경상북도 잠사곤충사업장(장장 설동수)은 국내에서 유일한 15인치 폭의 명주실과 애누에공동사육공급, 동충하초종균을 생산하고 있다.

경북도와 상주시는 함창명주산업의 발전을 위해 올해 상주 복룡동에 있던 잠사곤충사업장을 20㎞ 떨어진 함창으로 확장`이전 했고, 바로 옆에 명주박물관과 명주테마파크를 조성했다.

잠사곤충사업장은 최근 명주옷감 소비가 늘어 생사(누에고치에서 뽑아낸 실)가 부족하자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바빠졌다. 사업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년 평균 200여㎏의 생사를 생산했지만 올해는 생산량을 늘려 620㎏의 생사를 함창명주 농가에 공급했다.

지금 함창명주는 명주생산(1차 산업)과 이를 이용한 선물용이나 기념품으로 더욱 가치가 높은 가공옷감 판매(2차 산업)에 관광`체험 등을 접목해 각종 부가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는 서비스 창출(3차 산업)하여 이른바 ‘6차 산업'의 히든카드로 등장한 것이다.

 

상주 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기사 작성일 : 2013년 08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