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 슬로시티]

자연과 인간의 어울림, 천천히 음미해 볼까

 

빠름만 추구하는 세상에 ‘느림의 미학'이 번지고 있다. 바로 자연과 사람의 어울림을 생각하게 하는 슬로시티(slow city)다. 빠름에 익숙한 우리의 삶에 ‘느림'을 적용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한 박자 천천히, 여유롭게 사는 것일까? 이달 23일 폴란드에서 열리는 국제슬로시티연맹 총회에서 상주시와 청송군이 슬로시티 인증서 를 받는다. 대구경북에서 처음이다. 유유자적하고 풍요로운 지역을 의미하는 슬로시티, 그 속으로 들어가본다.

◆슬로시티란 ?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쌍소'도, 법정 스님도 한결같이 ‘느리게 사는 지혜'를 세상사는 법으로 내세우고 있다. ‘슬로시티'는 ‘느리게 살기운동'이다. 공해 없는 자연 속에서 그 지역에서 나는 음식을 먹고, 그 지역의 문화를 공유하며 ‘느림의 삶'을 추구하자는 국제운동이다. ‘작은 여유와 행복이 깃든 마을'을 만들기 위해 마을주민이 스스로 마을의 장래를 계획하고 설계하면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 마을을 만들어나간다. 그리고 지역의 고유성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슬로시티 역사 슬로시티 운동은 원래 이탈리아 의 작은 도시 ‘그레베 인 끼안티'라는 작은 산촌에서 시작됐다. 인구 1만4천여 명의 작은 마을이라 인구 감소, 소득 감소, 자연환경 훼손이 심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은 “인근의 대도시와는 정반대의 구상을 하자”고 마을 사람들을 설득했다. 즉 대규모 건설 이나 자연훼손은 자제하면서 주민 스스로 마을의 고유성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자고 호소했다. 주민들이 응했다. 스스로 주민협의체를 구성하고 지역 상가 내 자동차 진입 금지, 전통 방식으로 전통식품 만들기, 유기농 식자재 사용하기, 마을의 전통문화 살리기, 자판기와 인스턴트식품 없애기 등에 관한 주민자치규약을 만들어 실천했다. 그 결과 청정마을, 행복한 자립마을로 변했다. 이젠 전 세계적으로 슬로시티에 가입하는 도시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슬로시티

우리나라의 슬로시티는 손대현(66`한국슬로시티본부 위원장) 한양대 명예교수가 2005년 이탈리아의 치타슬로(Cittaslow) 운동을 한국에 도입한 것이 시초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2007년 완도군 청산도, 신안군 증도, 담양군 창평면 삼지천 마을, 장흥군 유치면 반월마을 등 전남의 4개 지역이 최초로 한국의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2009년에는 경남 하동, 충남 예산에 이어 지난해에 경기 남양주, 전북 전주 등이 추가됐다.

23일 폴란드에서 열리는 국제슬로시티연맹 총회에서 우리나라의 상주시와 청송군이 현지에서 인증서를 받는다. 총 10개 지역으로 늘어났다. 한국슬로시티본부 손대현 위원장은 “국제슬로시티연맹인 ‘치타슬로'는 느리고 작은 것을 좋아한다. 치타슬로의 로고는 달팽이가 마을을 이고 가는 모습이다. 어머니가 어린아이를 업어서 키우듯, 달팽이로 상징되는 자연이 인간을 키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슬로시티 목표

슬로시티운동은 미국으로 대표되는 세계화와 패스트푸드 문화에 대한 반발에서 출발했다. 로마 시민은 다국적 패스트푸드 업체가 무분별하게 확산하는 것을 반대해 ‘슬로푸드 운동'을 벌였다. 즉 ‘자연에 대한 기다림'을 주제로 천천히, 느긋하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임을 주장한다. 이에 자극받은 40여 개 도시가 ‘느리게 살자'고 호소하면서 고유한 자연환경과 전통문화를 지키는 슬로시티가 돼 1999년 ‘치타슬로'라는 국제슬로시티연맹을 구성했다.

즉 치타슬로는 ‘자연+문화+인간`생물 간의 조화'를 존중해 각 지역의 다양성과 차별성의 특색을 제대로 지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 주민은 물론 방문객들에게 지역의 가치를 창출, 우리 자신을 존중하며, 느긋하게 사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느림의 미학 슬로시티] 상주-화이트 슬로시티

# 三白의 고장답게 곶감·명주 등 전통 체험 준비

‘오래갈 미래와 느림이 있어 행복한 그곳, 슬로시티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슬로시티를 배출한 국가다. 상주시는 대한민국의 아홉 번째, 경상북도 1호의 슬로시티가 된다. 슬로시티 지정은 슬로시티 국제연맹이 신청 지역을 직접 실사한 후 선정한다. 심사 조건이 까다롭다. 슬로시티로 지정되는 상주의 진정한 매력은 무엇인가?

상주 슬로시티는 이안면과 함창읍과 공검면 일대를 포함하여 조성한다. 상주시가 추구하는 슬로시티는 ‘화이트 슬로시티'(white slow city)다.

◆전통 슬로푸드의 고장

상주시는 슬로푸드의 대명사로 전국 최고의 곶감 도시다. 상주지역 양반가의 상차림을 수록한 조선시대 조리서 ‘시의전서'(是議全書)에 기초해 우리밀 재배단지 등 지역의 농산물을 활용한 연밥, 연잎차, 우리밀 칼국수, 곶감 떡갈비, 뽕잎 국수 등 전통 슬로푸드를 재현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자전거 도시=저탄소 녹색성장의 상징인 자전거를 전 주민이 생활화하고 있다. 자전거 교통분담률 21%, 가구당 보유 대수 2대 이상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국내 유일의 자전거 박물관이 있으며 자전거 나라(테마파크)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녹색성장 중심도시=백두대간(속리산 국립공원), 낙동강 등 녹색자원과 삼백(三白)의 고장, 경북 제1의 농업도시인 녹색농촌, 한방산업단지, 태양광 발전소 등 녹색산업, 동화나라 이야기축제를 펼치는 녹색문화, 자전거 박물관, 자전거 나라, 국립 낙동강 생물자원관, 낙동강 투어 로드를 갖춘 녹색관광 도시다.

▷뽕`명주의 고장=전국 유일의 명주 생산지다. 명주골(함창읍 교촌리 명주 만드는 마을)과 명주박물관, 명주테마파크를 갖추고 있다. 함창 허씨비단직물에서는 허호(54)`민숙희(49) 씨 부부가 함창 명주를 생산하고 있다.

▷장인(匠人)의 고장=전통옹기의 맥을 이어온 전통옹기촌(이안면 흑암리)에서 7대째 전통 옹기제작을 전승하고 있다. 상주 옹기장 정학봉(82) 옹이 경상북도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았으며 현재 정대희(54) 씨가 옛 기법 그대로 대형 옹기를 굽는 전통기술을 보유, 후대에 전수하고 있다.

◆눈길 끄는 곳

▷전통사찰 상안사 슬로푸드 체험단지=이안면 안룡리 상안사(詳安寺)에 슬로푸드 체험단지를 추진하고 있다. 한식관, 향토음식관, 다도관, 음식문화관 등을 갖추고 고유의 식생활 문화에 대한 교육`체험을 통해 궁중음식, 명절음식, 잔치음식, 사찰음식 만들기, 다도 등 한국 전통음식 경연대회, 향토 전통음식 기획전을 연다.

▷공검지(공갈못)=제천 의림지, 김제 벽골제와 더불어 공검면에 삼한시대 3대 저수지로 유명한 공검지가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공검지의 원래 둑의 길이는 860보(430m)이며, 둘레는 1만6천647척(8.56㎞)로 엄청난 규모다. 최근 공검지 복원공사 과정에서 발견된 목부재의 방사성탄소연대를 추정한 결과 AD 655∼695년경으로 세계 최고의 수리시설로 밝혀지면서 학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내 최대규모 백련단지=이안면 지산리 일원에 백련 재배단지가 있다. 삼백 백련 연구회 22개 농가에서 무농약으로 연을 재배(10.4㏊), 연중 다양한 체험행사를 열고 있다.


◆자전거로 slow 문화 실천…전통산업 클러스터 조성 계획

#성백영 상주시장

“슬로시티는 세계 곳곳에서 지향하고 있는 하나의 물결입니다. 1999년에 시작돼 10년 남짓 지난 현재 25개국 147개 도시로 급속도로 퍼지고 있습니다. 상주는 전통적인 농업지역이면서도 계승하고 보존`발전시켜 나가야 할 전통문화 자원이 많습니다. 슬로시티로 가장 적합한 지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성백영 상주시장은 이달 23일 폴란드에서 열리는 슬로시티연맹 총회에서 경상북도 시 지역 1호로 슬로시티 인증서를 받는 것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상주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자전거 도시로 이미 전 시민이 수십 년 전부터 슬로 문화를 생활화해오고 있잖습니까? 이와 함께 서쪽으로 백두대간 69.5㎞, 동쪽으로는 낙동강 34㎞의 생태 축을 끼고 있는 청정지역으로 지켜나가야 할 고유한 자연환경과 전통문화자원이 산재해 있어 슬로시티의 이미지와 잘 들어맞는 고장입니다.” 성 시장은 슬로시티로 지정된 후 지역 특성을 살려 뽕, 오디, 누에(고치)와 명주 패션을 아우르는 전통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을 밝힌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작성일: 2011년 06월 0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