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섬유가공 경북도 최고장인 허호씨

쌍고치 실·천연염색 대박 “명주산업은 보물단지사업”

이하수기자 2013-08-27 07:59:53

“어머니를 도와드리다 보니 평생 직업이 되더군요. 젊었을 때 다른 일도 생각해 보았지만 마땅한 것이 없고, 명주를 짜는 것이 재미도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취미 삼아서 해보자는 생각도 들고. 재미로 하자는 마음 때문에 이렇 오래 할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허씨비단직물(상주시 함창읍 오동리)의 허호 대표(55)는 지난 6월 섬유가공 분야 경북도 최고장인으로 선정됐다. 함창읍 교촌리가 고향인 허씨는 집안에서 명주를 짜는 어머니를 도와 드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전통명주를 배우고, 26세 때 결혼을 한 후 본격적으로 명주를 짜고 거래하기 시작했다.

“집에 직기 몇 대를 들여 놓고 동네 아주머니들의 손을 빌려서 명주를 대량으로 짜기 시작했어요. 그 때는 집집마다 직기가 한두 대 정도였을 뿐 규모를 키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명주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거래처가 안정되고 주문이 늘어났다. 공장은 풀가동하는 날이 많았다. 허씨는 공장을 운영하면서 실을 감는 기계와 명주를 짜는 기계를 끊임없이 개량했다. 한편으로는 수의(壽衣) 일색인 명주를 일반적인 옷감으로 판매처를 넓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오랜 연구 끝에 쌍고치와 염색에 주목하게 됐다.

“쌍고치는 하나의 고치 속에 번데기 두 마리가 들어 있는 겁니다. 일종의 기형인데 실이 거칠고 두꺼워서 가치가 없었어요. 그 실로 명주를 짜서 수의를 만들면 수의 중에서 최하등급으로 취급했습니다.”

허씨는 쌍고치 실의 거칠고 불규칙한 결을 다양한 문양으로 표현해 냈다. 쌍고치 실로 짠 명주는 그대로 물결모양이나 추상적인 구름모양 등으로 비쳐졌다. 시장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쌍고치 실 명주는 저만 짰기 때문에 가격도 내가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중간 상인은 시장의 반응이 좋으니 계속 주문을 하고, 매우 행복한 거래였습니다.”

명주에 천연염색을 해 본 허씨는 쾌재를 불렀다. 명주에서는 다른 천으로는 흉내를 낼 수 없는 색감이 표현되고, 그 자체로 고귀한 느낌을 줬다. 허씨는 명주에 천연염료의 다양한 색과 문양을 표현하기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보라색은 빨간색과 파란색의 혼합인데, 염료를 혼합하여 미리 짜 놓은 명주에 물들여 보고, 실에 염색하여 날줄은 빨간색, 씨줄은 파란색으로 하여 명주를 짜보고 하니 보라색은 보라색인데 각각 색도 다르고 느낌도 다르더군요.”

허씨는 명주를 접거나 구겨서 염료에 접촉시키거나, 염색 후 말리는 과정에서 광도를 조절하는 등 문양을 표현하는 데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색의 농담과 염료의 증발하는 성질을 조화시켜 의도하는 문양을 만들기도 한다. 허씨와 같은 연구와 실험정신을 가진 명주 농가들이 함창명주의 명성을 새롭게 드높이고 있는 것이다.

“명주산업을 사양산업이라고 하는데 저는 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사양산업이 아니라 보물단지산업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명주가 오래되기는 했지만 새로 개발할 분야가 매우 많기 때문입니다. 생각만 조금 하면 보물처럼 귀한 새로운 분야가 생기고 시장에서 금방 인기를 끕니다.”

허씨는 “모시·삼베 등 자연 섬유 중에서도 명주가 으뜸”이라며 “우리의 전통 옷감인 명주는 끝없이 새롭게 조명될 뿐,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상주 이하수기자 songam@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