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곧 예술… 명주 실타래 따라 찬찬히 둘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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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허씨비단 댓글 0건 조회 39회 작성일 18-11-20 16:09본문
◇”욕심 버리니 가치가 보여요”…즐거운 ‘허씨 비단’
“딸각딸각 철컥철컥” 족답기 베틀을 밟는 허호 사장의 얼굴이 연신 싱글벙글이다. 금상첨화 아트로드에 포함되지 않지만 삼백의 고장 함창에서 꼭 들러야 할 곳이 ‘허씨비단 직물공장’이다. 함창역에서 직선 도로를 따라 약 1km 떨어져 있으니 걸어도 멀지 않다. 올해 예순인 허호 사장은 5대째 비단을 짜 온 집안이다. 부인 민숙희씨 집안도 4대째 가업이다. 한때 함창에만 비단업체가 200여개에 달했지만, 지금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화장 위주로 장례문화가 바뀌면서 수의로 사용되던 비단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그만 둘까 생각도 했지만 대량 생산을 포기하는 대신 고급 옷감에 치중하고, 좀 즐겁게 살자고 마음먹고부터 허 사장의 표정도 밝아졌다. 그동안 돈벌이에만 치중하느라 보지 못한 명주의 가치가 새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허호 허씨비단 대표. 사진 한 장 찍자 했더니 평생의 밥벌이인 누에고치를 배경으로 찍고 싶단다. 나뭇잎과 짚을 활용한 섶에서부터 개량 섶까지 변천사를 전시해 놓았다.
견학 프로그램에서는 베틀의 변천과정을 살펴보고 직접 작동해 볼 수도 있다.
허 대표가 고치에서 실을 뽑는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감물을 들인 비단 스카프 뭉치. 모두 다른 문양으로 만들어져 요즘 허 대표에게 또 하나의 재미이자 실험이다.
견학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도 그 일환이다. 공장 1층을 아예 작업장이자 전시실로 꾸몄다.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는 작업부터 베틀에서 천을 짜는 작업까지 한눈에 보고 체험할 수 있다. 완전 수동부터 개량을 거듭해 온 베틀의 변천사도 함께 볼 수 있다. “이 낡은 기계들이 옛날엔 쓰레기였다가 지금은 보물이 된 거죠.” 집안 대대로 써 온 100년 넘는 베틀을 소개하면서는 자부심이 넘친다.
17세 무렵부터 베 짜는 일을 했으니 지겨울 만도 한데, 관심을 갖고 꾸준히 찾아 오는 이들이 있어 하루하루가 즐겁다. 2시간여 동안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도 결국 그의 ‘명주 인생’이다. “돈을 놓으니 가치가 보입디다. 욕심 부리지 않아도 어차피 내 몫은 내 주머니로 들어오더라고요. 허허.” 견학 프로그램을 마치고 허 사장은 버려진 잠실(蠶室)을 옮겨오기 위해 영천으로 가야 한다며 서둘러 공장을 나섰다. 머지 않아 함창에 근사한 박물관이 하나 생길지도 모르겠다. ‘허씨비단’은 견학 프로그램은 무료로 운영하고, 천연염색이나 감물염색 체험은 소정의 비용을 받는다. 054-541-3730으로 문의.
◇함창 가는 길
함창은 행정구역상 상주시지만, 문경시와 붙어 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함창버스정류장까지 하루 9회 고속버스가 운행한다. 소요시간은 2시간15분. 하루 32회 운행하는 점촌시외버스터미널을 이용해도 편리하다. 점촌터미널에서 함창역까지는 약 4km, 택시를 타도 되고 버스도 자주 있다. 자가용으로는 중부내륙고속도로 점촌ㆍ함창IC에서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