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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슬로시티] 상주·청송 지역 첫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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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허씨비단 댓글 0건 조회 87회 작성일 11-10-1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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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름만 추구하는 세상에 '느림의 미학'이 번지고 있다. 바로 자연과 사람의 어울림을 생각하게 하는 슬로시티(slow city)다. 빠름에 익숙한 우리의 삶에 '느림'을 적용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한 박자 천천히, 여유롭게 사는 것일까? 이달 23일 폴란드에서 열리는 국제슬로시티연맹 총회에서 상주시와 청송군이 슬로시티 인증서를 받는다. 대구경북에서 처음이다. 유유자적하고 풍요로운 지역을 의미하는 슬로시티, 그 속으로 들어가본다.



◆슬로시티란 ?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쌍소'도, 법정 스님도 한결같이 '느리게 사는 지혜'를 세상사는 법으로 내세우고 있다. '슬로시티'는 '느리게 살기운동'이다. 공해 없는 자연 속에서 그 지역에서 나는 음식을 먹고, 그 지역의 문화를 공유하며 '느림의 삶'을 추구하자는 국제운동이다. '작은 여유와 행복이 깃든 마을'을 만들기 위해 마을주민이 스스로 마을의 장래를 계획하고 설계하면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 마을을 만들어나간다. 그리고 지역의 고유성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슬로시티 역사


슬로시티 운동은 원래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그레베 인 끼안티'라는 작은 산촌에서 시작됐다. 인구 1만4천여 명의 작은 마을이라 인구 감소, 소득 감소, 자연환경 훼손이 심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은 "인근의 대도시와는 정반대의 구상을 하자"고 마을 사람들을 설득했다. 즉 대규모 건설이나 자연훼손은 자제하면서 주민 스스로 마을의 고유성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자고 호소했다. 주민들이 응했다. 스스로 주민협의체를 구성하고 지역 상가 내 자동차 진입 금지, 전통 방식으로 전통식품 만들기, 유기농 식자재 사용하기, 마을의 전통문화 살리기, 자판기와 인스턴트식품 없애기 등에 관한 주민자치규약을 만들어 실천했다. 그 결과 청정마을, 행복한 자립마을로 변했다. 이젠 전 세계적으로 슬로시티에 가입하는 도시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슬로시티


우리나라의 슬로시티는 손대현(66'한국슬로시티본부 위원장) 한양대 명예교수가 2005년 이탈리아의 치타슬로(Cittaslow) 운동을 한국에 도입한 것이 시초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2007년 완도군 청산도, 신안군 증도, 담양군 창평면 삼지천 마을, 장흥군 유치면 반월마을 등 전남의 4개 지역이 최초로 한국의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2009년에는 경남 하동, 충남 예산에 이어 지난해에 경기 남양주, 전북 전주 등이 추가됐다.


23일 폴란드에서 열리는 국제슬로시티연맹 총회에서 우리나라의 상주시와 청송군이 현지에서 인증서를 받는다. 총 10개 지역으로 늘어났다. 한국슬로시티본부 손대현 위원장은 "국제슬로시티연맹인 '치타슬로'는 느리고 작은 것을 좋아한다. 치타슬로의 로고는 달팽이가 마을을 이고 가는 모습이다. 어머니가 어린아이를 업어서 키우듯, 달팽이로 상징되는 자연이 인간을 키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슬로시티 목표


슬로시티운동은 미국으로 대표되는 세계화와 패스트푸드 문화에 대한 반발에서 출발했다. 로마 시민은 다국적 패스트푸드 업체가 무분별하게 확산하는 것을 반대해 '슬로푸드 운동'을 벌였다. 즉 '자연에 대한 기다림'을 주제로 천천히, 느긋하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임을 주장한다. 이에 자극받은 40여 개 도시가 '느리게 살자'고 호소하면서 고유한 자연환경과 전통문화를 지키는 슬로시티가 돼 1999년 '치타슬로'라는 국제슬로시티연맹을 구성했다.


즉 치타슬로는 '자연+문화+인간'생물 간의 조화'를 존중해 각 지역의 다양성과 차별성의 특색을 제대로 지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 주민은 물론 방문객들에게 지역의 가치를 창출, 우리 자신을 존중하며, 느긋하게 사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