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명사 문화여행]가치의 재발견으로 개척한 허호의 행복한 비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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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허씨비단 댓글 0건 조회 127회 작성일 20-03-11 12:31본문
가치의 재발견으로 개척한 허호의 행복한 비단길
상주 지역명사 허호
경북 상주 함창은 예부터 전통 명주로 유명한 고장이다. 누에고치와 명주는 시대의 뒤안길로 잊혀 갔지만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전통 명주를 알리는데 성공한 허호 비단 장인이 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남들이 하지 않는 방법으로 자신만의 행복한 비단길을 개척한 허호 대표의 이야기 실타래를 따라가 본다.
가치의 재발견, 불량고치가 빚어낸 명품 비단
함창은 명주를 전통방식으로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생산지역이다. 함창 명주의 위상을 잇고 있는 ‘허씨비단직물’ 허호 대표는 전통 명주의 숨은 가치를 찾기 위해 노력해 온 인물이다.
“함창은 누에고치 농사를 많이 지어서 명주장이 섰던 곳이에요. 저희 외가가 대대로 명주를 짜는 집이었는데, 저는 어머니를 돕다가 5대째 가업을 잇게 되었죠.”
명주는 견사를 사용하여 전통방식으로 직조한 견직물을 말한다. 흔히 실크라고 부르는 현대식 비단과는 제작 과정에서 차이가 있으며, 우아한 광택과 부드러운 촉감으로 예부터 고급 직물로 그 가치가 높았다. 그러나 1980년 전후, 나일론 섬유 바람으로 전통 비단 시장은 크게 위축되어 수의용으로 겨우 명맥을 잇게 되었다. 당시 20대 중반이었던 허호 대표는 불량으로 치부되던 옥사(玉絲)에 주목했다. 옥사는 하나의 고치 안에 누에 두 마리가 들어가 실이 고르지 않고 작은 구슬처럼 마디가 생긴 것이다. 때문에 가격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애물단지였다.
“수의용 옷감 짜는 사람으로만 살고 싶지는 않았어요. 새로운 길을 찾던 중에 옥사의 마디를 무늬로 보면 어떨까, 발상의 전환을 했죠. 이게 제 인생을 평생 명주로 이끌었습니다.”
시제품을 만들었는데, 대박이 났다. 반값도 안 되던 불량품이 일반 명주실보다 비싸게 팔렸다. 기존에 없던 신선함이 폭발적인 반응으로 이어졌으니 가치의 재발견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비우고 내려놓으니 더 크게 채워진 행복
옥사의 성공은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다. 경제적 여유는 물론이고 전국에서 찾아오는 스타가 되었다. 그러나 최절정 시기에 허 대표는 업을 내려놓기로 했다. 결혼 당시 아내와 밑천이 생기면 편한 직업으로 바꾸자고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석 달 동안 편하고 좋은 일을 찾아다녔는데, 다들 우리보고 행복한 일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아내와 이야기를 했어요. 우리 평생 명주 짜는 사람으로 살자, 대신 앞으로는 돈을 생각하지 않고 명주를 짜자고 약속했죠.”
삶의 시선을 바꾸니, 못 보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버려진 옛 베틀 기계들과 물품들이 새롭게 보였고, 쓰레기로 여겨졌던 옛 길쌈도구들을 모으니 작은 박물관이 생겼다. 씨실과 날실의 다양한 조합과 실험으로 세상에 없던 명주가 100가지도 넘게 탄생했고, 7년의 도전 끝에 감물염색도 성공했다. 이처럼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 경상북도 최고장인(섬유가공분야), 2018년 경상북도 문화상(문화부문)을 수상했다.
“명주는 제 모든 것이고 시작과 끝입니다. 직업을 버리고 생각을 바꾸니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이면서 진정한 행복을 찾게 되었습니다. 명주로 찾은 행복한 인생이죠.”
이제 아들이 뒤를 이어 개척할 새로운 명주 문화를 기대하고 있다. 문득 바람결에 몸을 뒤척이는 명주천이 마치 명주와 함께 평생을 걸어온 허호 대표의 비단길로 보인다.
첨단 기계화 시대에 전통방식을 기반으로 하는 허씨비단직물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시대가 변하면서 많은 부분이 기계화되었음에도 저희는 아직 전통적인 북을 이용해 명주를 짜고 있습니다. 이는 물에 젖은 명주실로 씨실을, 마른 실로 날실을 교차 직조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면 씨실과 날실이 서로 밀착되어 견고한 조직과 부드러운 질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명주를 잡아당겼을 때 씨실과 날실이 밀리는 현상도 거의 없으며, 젖은 씨실과 날실과 만난 자리가 구부러져서 물에 젖어도 변형이 없습니다. 바로 이러한 점이 허씨비단직물의 가장 큰 경쟁력입니다. 북을 사용하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 바로 그 불편함에 엄청난 가치가 있기 때문에 첨단 기계가 아무리 좋아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오히려 우수한 품질의 명주를 생산할 수 있는 경쟁력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감물염색에 성공하기까지 오래 걸렸는데, 끝까지 천연염색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무려 7년의 도전 끝에 감물염색에 성공했습니다. 명주는 동물성이라 식물성인 감물로는 염색이 안 된다는 것이 세간의 지론이었습니다. 사실 감물염색에 도전한 지 2년쯤 됐을 때 포기하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내가 하려는 게 상주 삼백 중 2가지를 융합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상주시는 곶감, 누에고치, 쌀의 3가지가 유명한 ‘삼백(三白)’의 고장이거든요. 그때부터는 정말 무조건 될 때까지 하기로 작정했습니다. 상주 삼백의 2가지를 꼭 융합시키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실패를 거듭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감물의 변화, 발색되는 과정의 일기의 변화, 이런 때 하니까 조금 되는구나 등을 느끼면서 방법을 터득했죠. 이후에는 염색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문양도 만들고 쪽, 양파껍질 등 다양한 재료로 이용하게 됐습니다.
명주가 문화 관광 콘텐츠로서 가지는 의의는 무엇인가요?
함창 명주의 가장 큰 가치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지역인 함창을 대표하는 유일한 전통 소재라는 점입니다. 특히 슬로시티며 함창명주페스티벌 등 상주 함창을 대표하는 상품으로서 지역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상주 슬로시티로 지정을 위해 국제슬로시티본부 실사단이 우리 집을 방문했을 때도 전통명주를 이렇게 의미 있게 이끌어 가는 고장임을 보여주었습니다. 또 2013 대한민국실크로드탐험대 현장방문, 2014 함창마을미술프로젝트 명주예술마을 조성 등 전통명주산업이 충분히 문화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처럼 명주가 단순히 산업으로 머무는 게 아니라 패션, 문화, 예술 등과 접목되어 새로운 가치로 발전해가고 있어서 이를 통한 문화 관광 콘텐츠로서의 의의도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 한복진흥원을 함창에 건립 중인데 이 역시 전통명주가 살아있는 고장이기에 가능한 겁니다. 명주박물관을 중심으로 한 명주테마파크를 비롯해 함창명주페스티벌 등 명주 관련 문화 관광 콘텐츠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가 잘 알고 있는 직업이 지역을 변화시키는 데 역할을 한다는 게 기분이 좋습니다.
직물공장과 전시장 해설탐방
허씨비단직물 건물 1층에는 물레, 얼레, 왕채, 좌조기(자구리), 자전거를 개조한 물레, 베틀 등 명주 제작 관련 기계들과 관련 물품들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장인의 손때가 묻은 물품들을 직접 만져보고 허 대표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다. 현재 명주를 생산하고 있는 공장까지 둘러보며 전통명주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과정을 생생하게 알아볼 수 있다.
명주 길쌈 체험
한 필의 명주는 누에고치에서 실 뽑기, 얼레 감기, 꾸리 감기, 베틀에서 짜기, 1차 건조 후 삶기, 탈수 건조, 이어서 염색과 다리미질을 마친 후에 완성된다. 전 과정을 다 해볼 수는 없지만 옛날 방식대로 물레를 돌려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는 과정부터 시작해 옛날 베틀에 앉아 명주를 직접 짜는 길쌈 체험을 해볼 수 있다.
비단 천연염색 체험
수년간 허호 대표가 숱한 실험 끝에 성공한 명주 감물염색도 체험해볼 수 있다. 허 대표가 특별히 개발한 기술로 명주를 이용해 감물 염색을 하며, 염색한 제품은 세상에 하나뿐인 스카프가 되어 나만의 개성을 연출하기에 유용하다.
염색체험:
소 20,000원
대 4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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